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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의 책무는 ‘숨은 고객’을 찾아 감동시키는 것 매달 민생문제 경청… 지방수령들 마음 움직인 ‘겸손 리더십’ ‘기업 CEO의 고객이 사실 소비자가 아니듯, 왕의 고객은 백성이 아니다.’ 이번 주말에 출간될 새 책 ‘세종학 개론’을 탈고하면서 든 생각이다. 세종의 국가경영 전반을 입체적으로 살피고, 인접 학문들(역사학·인물전기·정치학)과 세종학을 비교하면서 세종실록을 다시 읽다 보니, 여름방학이 훌쩍 지나갔다.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것은 ‘왕의 숨은 고객’이다. 물론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라는 말이나 ‘소비자는 왕’이라는 말처럼 겉으로 드러난 고객이 중요하다. 하지만 백성과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만족시키고 감동시킬 ‘숨은’ 고객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하급 직원과 지방 수령이다. 세종은 발령받고 임지로 떠나는 수령들을 꼭 불러서 만나보곤(引.. 더보기
최고의 협상 무기는 지도자의 진실함이다 신하의 말 존중했으나 ‘대의’ 위해선 쇠·돌같이 돌파력 보여 “내가 여러 가지 일에서 여러 사람의 의논을 좇지 않고, 대의(大意)를 가지고 강행한 적이 자못 많다.” 흔히 세종은 신하들의 말을 존중해 잘 따른 임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세종실록’ 속 세종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그는 신하들의 말을 존중했으나 그저 고분고분하기만 한 임금은 아니었다. 재위 중반에 장수와 재상들이 다 불가하다고 말했지만 그는 토론과 설득을 통해 파저강의 여진족을 토벌했다. 공무원 장기근무제(수령육기제 개혁), 북방 영토경영(양계축성), 관료제의 탄력적 운영(행수법)은 세종 스스로 밝힌 ‘독단 결정’의 예다. 재위 후반부 ‘평양 대성산 떼강도 사건’은 세종의 “쇠와 돌같이 굳건한” 의지와 돌파력을 잘 보여준다. 1447년.. 더보기
1444년 한글 찬반논쟁, 왕의 숨은 의도와 최만리의 사명 ‘한글창제 목적’ 후대에 전하려… 최만리와 의도 된 ‘찬반논쟁’ 최만리는 과연 설득되었을까? 1444년 2월 20일 세종과 최만리 사이에 벌어진 ‘한글 찬반논쟁’은 세종실록 전체에서 매우 특이한 기록이다. 이날 실록은 최만리 등 집현전 노장파들의 상소로 시작된다. 세종은 경복궁 사정전으로 최만리 등을 불러 그 상소를 읽게 한 다음 대화를 나눴다. 말이 대화이지 왕의 힐책에 가까웠다. 마치 축조심의(逐條審議)를 하듯이 세종은 상소문의 구절구절을 들어 비판했다. 우선 세종은 문자라는 게 왜 만들어지고 사용되는지를 물었다. 중국의 한자나 설총의 이두까지도 모두 백성을 편리하게(便民) 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편민(便民)’이라는 단어를 세 번이나 반복하면서 공부의 목적은 ‘백성들의 삶.. 더보기